*언성듀엣 입문자와 함께
*시나리오 배포글 내의 세팅과 타 배포 세팅을 함께 사용하였습니다

*초반 도입 묘사 부분과 엔딩 묘사 부분을 개변했습니다


2021.12.17 약 3시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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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17 ::
 
언듀
 
W. 꿀비
 
Shifter. 카네코 아카리
 
Binder. 아이라가와 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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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지고 있는 평화로운 저녁입니다.
아이라가와 루리는 친척인 아이라가와 슈야를 만나기 위해 세이카쿠고교 정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뜻한 바람이 불어와 피로를 흩습니다.
 
:아직 하교시간 전이라 학생들이 나오진 않는군요...
시간 때우기로 폰이나 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아이구.. 언제 오려나. (정문만 빤히 바라보다 휴대폰을 꺼내어봅니다.)
 
:루리가 폰으로 뉴스나 SNS를 확인해 보면...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돌연 실종되는 사건을 다루는 뉴스가 한창입니다.
실종되기 직전, 피해자를 목격한 사람들은
피해자가 “자칫하면 늦겠어.” 라는 말을 하며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증언했습니다.
꽤나 화제인 뉴스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잡히지 않은 듯 합니다.
 
아이라가와 루리:무서운 세상이네.. 우리 깜찍한 동생님도 조심해야할텐데.. (심각한 표정으로 말해요..)
정말 어디선가 시계토끼라도 보고 따라간건가...
 
:뉴스를 보며 우리 깜찍한 슈야도 조심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자니, 하교 종이 울리며 학생들이 정문으로 점점 나옵니다!
슈야는 어디 있을지, 하교하는 학생들의 무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 중, 멀쩡히 가다가 갑자기 멈추는 학생이 한 명 있습니다.
그 학생을 보면 눈동자가 빨간 색에 안경을 썼고 머리카락은 갈색의 찰랑거리는 생머리입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어라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인상착의인데...(빤히 쳐다봐요..)
 
:어디서 들었던 특징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저 애는 왜 갑자기 나오다 멈췄을까 생각을 하는 찰나,
갑자기 주변의 모든 학생들이 사라져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에...?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늦었어!”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이 곳에 있는 것은 눈 앞의 멈춘 학생과 자신, 둘 뿐입니다.
 
아이라가와 루리:(눈을 느리게 꿈벅이다 당황한 얼굴로 다가갑니다.) 저기... 어, 혹시 주변 사람들 못 봤어요?
 
:이상하다 생각하며 말을 걸어 보면
갈색머리의 학생은 루리를 쳐다보지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큰일났네…. 자칫하면 늦겠어.”
그 학생이 갑자기 정문 밖으로 뛰어갑니다!
 
아이라가와 루리:?! 자, 잠깐만 기다려봐! (아니 이거 진짜 뉴스에서 나온 상황이랑 같잖아...)(울상을 지으면서 뒤따라 달려갑니다!)
 
:루리는 영문을 모른 채 울상을 지으며 따라가는데...
그러다가 둘의 옷이 스친 찰나,
시야가 새까맣게 변합니다.
마치 침대에 누워있을 때나, 혼몽한 와중 꿈결에 느껴지는 것과 같은 아득한 추락감.
눈을 깜빡이면, 이 곳은 거대한 수직터널 속입니다.
 
아이라가와 루리:(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까 그 학생은 어디있지..?)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아까 그 학생을 찾으려 눈을 크게 떠 보지만 시야는 어둠에 아직 적응되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제일 먼저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굴 속이 보입니다.
 
:추락은 순식간인 듯 함에도 굴이 어찌나 깊은지 아주 영원한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떨어지면서 주변을 살펴보면 이름 태그가 붙어있는 수많은 찬장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고,
그 찬장 위에는 눈을 반짝이는 박쥐떼들이 똑바로 선 채 이 쪽을 보며 찍찍거리고 있습니다.
아니, 똑바로 선 것은 박쥐가 아닙니다.
루리가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지고 있는 탓입니다.
...
 
:다시 정신을 차려 보면 자신보다 조금 앞에서, 급한 숨소리가 들립니다.
조금 먼저 추락한 아이가 당황과 공포로 숨을 들이키는 소리입니다.
 
카네코 아카리:헉, 이, 이게 뭐야... ...기분나빠... (주변의 모습을 보며 무척 당황한 얼굴이다)
 
아이라가와 루리:(어쩐지 친근감이 드는 아이의 모습에 다른 주변의 이상한 것은 아량곳 하지 않고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보입니다.) 저기... 나 보여? 나 좀 봐주라... (큰 소리는 차마 내지 못 하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봅니다..)
 
카네코 아카리:(루리의 목소리에 그 쪽을 뒤늦게 바라보았다. 작은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당신은 누구.... 왜 같이 떨어지고 있는 거죠? (나름대로 잘 들리게 하려는지 조금 소리쳤다)
 
아이라가와 루리:어.. 어라 너 혹시 아까 전 상황은 기억 나지 않는거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주변을 슬쩍 둘러보다 다시 시선을 맞춘다.) 그... 늦었다면서 운동장에서 뛰쳐나갔잖아... 널 뒤쫓아 왔더니 여기로 오게 됐어. (이번에는 좀 더 큰 목소리로 말합니다.)
 
카네코 아카리:아까 전 상황...? (전혀 기억나지 않는 듯 저도 당황하는 눈빛이지만 표정만은 차분하다) 내가 그랬다고요? 왜 그렇게 된 거지...? 무슨 일이... (머리를 굴려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듯 하지만 몸은 그 이해를 벗어나 덜덜 떨며 떨어지고 있었다)
 
:둘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바닥에 내려가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흔들리는 상태에서는 서로 잡고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차분한 아이의 얼굴과 달리 떨리는 몸에 어어.. 하고 손을 뻗어 붙잡아 본다. ) 그.. 혹시 최근에 들려오는 뉴스 본 적 있어? 앨리스 신드롬이라고, 사람들이 실종되는 사건을 말하는 건데.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마..! 우린 반드시 돌아갈 수 있을거야!
 
카네코 아카리:뉴스... 앨리스 신드롬... 아, 본 것 같은데. 실종 사건이랑 지금 이 상황이 연관이 있다는건가요? (반드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말에는 다소 안정을 되찾은 듯 힘있게 대답했다) ...그건 당연하죠. 그렇게 해낼 테니까!
 
:루리가 아카리에게 손을 뻗어 잡자...
추락하던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리고, 찬장 안에 들어있던 것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것은 수 많은 토끼들입니다.
그리고 그 토끼들 중 몇명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라가와 루리:(많으니까.. 조금 무섭다...)
 
:루리는 그것이 뉴스나 인터넷 전단에서 수없이 본, 실종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네코 아카리:...느리게 떨어지고 있어...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주변을 다시 둘러보다가 루리가 자신을 잡은 것을 보며) 당신이 날 잡아서 느려진 것 같아요.
 
아이라가와 루리:그럼 네가 날 잡으면 더 천천히 떨어지려나..? (한 번 붙잡아 보란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날 잡아봐, 음...음... 그러니까 이름이?
 
카네코 아카리:글쎄요. (과연? 하고 미심쩍은 말투였지만 손으로 루리의 팔을 잡아본다)
(잡은 뒤에 이름을 말했다) 나는 카네코. 카네코 아카리에요.
 
:서로 잡아도 속도가 더 느려지거나 하진 않네요. 루리가 아카리를 잡아야만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잘만 하면 다치지 않고 떨어질 수도 있겠어요.
 
아이라가와 루리:어...어라. 네 이름이 아카리라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에 눈을 커다랗게 뜬다.) 혹시 아이라가와 슈야 알아? 그... 걔가 내 남동생인데.. 아니 사촌 동생..! (속도의 변화가 없었음에도 놀라선 아카리를 좀더 힘껏 붙잡아 가까이 다가가봅니다.)
 
카네코 아카리:(루리의 반응에 저도 안경 안으로 비추는 눈이 다소 커졌다가 돌아온다) 아...? 슈야는 내 친구에요. 같은반이고. 사촌 동생...? (루리가 가까이 오니 그것을 피하지는 않으며)
그러고 보니 슈야에게 나이가 비슷한 사촌이 있다는 정도는 들었던 것 같고. (떠올리듯 미간을 다시 살짝 찌푸렸다)
 
:그렇게 서로가 건너건너 아는 사이라는 걸 알 시점...
판정에 들어갑니다!
바인더와 시프터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전원 성공.
공중에서 둘은 서로 빙글빙글,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지고 흔들립니다.
다람쥐통 안에 든 것 같은 어지러운 시야에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핑 돕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으아아아)
 
카네코 아카리:으윽...!
 
:공중을 떠다니는 물건들이 어깨에 이리저리 부딪히고, 한두번씩 벽 가까이 내동댕이쳐진 나머지 찬장이나 액자 모서리에 몸을 맞기도 합니다.
그 때마다 어둠 어디에 앉아있었던 박쥐들이 놀라 일제히 날아오릅니다.
박쥐들은 찍찍거리는 대신, 귀를 찢는 것 같은 소음을 내며 묻습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아카리를 꼭 붙잡고 있어요..)
 
“이계가 흰토끼를 먹나?”
 
“흰토끼가 이계를 먹나?”
“흰토끼가 앨리스를 먹나?”
날개에 뺨과 팔다리가 스치고, 따끔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카네코 아카리:(눈을 질끈 감고 루리를 꽉 잡는다)
 
:둘은 자세를 제대로 잡고, 팔로 얼굴을 가립니다.
그러면 어느덧,
양 발이 찰랑거리는 물 위에, 사뿐히 닿는 것을 느낍니다.
 
카네코 아카리:하아, 하아...
다행이네. 괜찮아요?
 
아이라가와 루리:으응, 다행히 무사히 착지했네. 넌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리저리 살펴본다.)
 
카네코 아카리:나도 괜찮아요. 다친 데 없는 것 같고. (세라복을 툭 툭 털며 보인다)
 
아이라가와 루리:끄응... 그보다 곤란하게 됐네. 뭔가 더 깊숙히 떨어지는 기분이야. (주변을 슬그머니 바라보다 발에 찰랑이는 물에 끙, 앓는 소리를 낸다.)
 
카네코 아카리:깊숙히 떨어지는 기분... (그 말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는 듯 하다가)
제가 아까 늦었다면서 갔다고 했었나요...?
지금 계속 그런 기분이 드는데.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식은땀을 조금 흘리며)
 
아이라가와 루리:응!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시계토끼처럼 말이야. 그럼 음.. 네가 토끼인 건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턱을 괴며) 그럼 내가 앨리스? 우린 어디로 향해야 하는 건가... 아차차, 일단 내 이름을 다시 소개하자면 나는 아이라가와 루리! 그냥 루리~ 라고 불러도 좋아~ 알다시피 슈야의 사촌누나이고! 슈야한테서 네 얘기도 들어서 설마 했는데, 되게 인연이다. 그치? (일부러 더 경쾌한 목소리로 조잘거립니다..)
 
카네코 아카리:내가 그 토끼가 된 거라고요, 마음이 들진 않지만... (루리의 말대로 뭔가 이유가 있어 같이 휘말리게 된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들었고 그 연결점이 슈야인 것일까 아니면...)
(루리가 이름을 소개하자 미소지으며) 통성명을 하다 말았었죠. 좋아요, 루리. 루리라고 부를게요. 어차피 성으로 부르면 슈야랑 똑같으니 구분도 안 되고. (눈웃음을 지었다)
왜 내가 그 토끼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깊숙히 가야 한단 생각이 들어요. 늦기 전에... 시간이 지나면 여기에 갇혀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근거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직감으로.
하지만 내 직감은 왠만해선 틀리지 않아요. 그러니까 같이 가도 손해는 없을 걸요?
 
아이라가와 루리:이럴 때는 네 말대로 직감을 믿는게 제일 좋은 방법일지도 몰라! 여기서 우리가 더 뭘 할 수도 없고 네가 믿는대로 따를게. 그럼 음.. 여기서 더 깊은 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려나.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찾아보다가 베시시 웃으며 아카리의 손을 꼭 잡아요.) 이런 말하면 조금 그럴 수도 있지만..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아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혼자 떨어졌다면 으으... 엄청 곤란했을텐데.
 
카네코 아카리:좋아요. (루리가 제 손을 잡으니 저도 힘을 주어 잡았다) 그런가...? 혼자 떨어졌으면 더 당황해서 제대로 생각을 못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직 아는 것이 없으니 의문이 가득했지만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찾듯 물 아래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 순간,
하수도의 물이 빠지는 것 처럼 거대한 바다가 천천히 휘돕니다.
저 먼 곳에서부터 물이 빠지면서 생기는 소용돌이가 일렁입니다.
그리고 소용돌이를 인식한 순간,
그 물살은 급격히 커져 두 사람을 휘감습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으아아, 손 놓으면 안 돼....! (손 꼭 붙잡아요!)
 
카네코 아카리:윽...! (대답은 하지 못하고 손을 꼭 잡았다)
 
:빙빙 도는 세찬 소용돌이에 섞여, 두 사람은 어딘가로 빨려들어갑니다.
빨려나간 곳이 물뿌리개의 구멍이라는 것을 알게 된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을 빠져나가는 순간입니다.
바깥에 존재하는건 어찌나 거대한지 풀잎 하나하나가 나무 만한 정원입니다.
둘은 물과 함께 나뭇잎 위로 떨어졌습니다.
축축하네요.
다행일까요? 너무 작고 가볍기에 둘은 다친 곳이 없습니다.
 
카네코 아카리:(물에 젖은 생쥐꼴 돼서 머리카락의 물 손으로 짠다)
하아... 그래도 위험하진 않았네요.
 
아이라가와 루리:(벙찐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다 아차, 하며 아카리를 바라본다.) 아카리,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카네코 아카리:전 괜찮아요. 루리도 다친 곳 없는 거죠?
 
아이라가와 루리:그럼! 난 아주 튼튼한걸! (헤실거리며 물기에 젖은 머리칼을 쭉 짜고 앓는 소리를 낸다.) 이러다가는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엄청 거대한 곳이네. 아니면 우리가 작아진 거려나.
 
카네코 아카리:oO(슈야네 집안은 튼튼한건가 하는 생각 잠깐 함)
응, 햇볕이라도 빨리 쬐는게 낫겠어요. 우리가 작아진 게 아닐까요? 앨리스와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 거기에서도 약을 먹고 작아지거나 했던 것 같은데.
우선은 어서 둘러보죠. (루리의 옷 뒤의 물기도 좀 털어주며)
(자기 안경도 빠르게 교복으로 뽀득 닦음)
 
아이라가와 루리:역시 그렇겠지? 만약 앨리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이제 애벌레도 만나고 체셔 고양이도 만나고 여왕님도 만나려나? 그럼 집으로 짠, 하고 돌아가려나... (조잘거리다가도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네 손을 잡고 걸어봅니다.)
 
카네코 아카리:그 말대로만 되면 좋겠는데... (다시 손을 잡았다)
그러고보니 앨리스도 루리도 눈은 파란색이네요.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면 풀숲에 무언가 보입니다.
무성한 풀숲 속엔, 쐐기벌레가 거대한 버섯 위에 똬리를 틀고 앉은 채 물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벌레는 곧 둘을 향해 묻습니다.
 
쐐기벌레:넌 누구지?
 
아이라가와 루리:(좀... 징그럽다...)
어어.... 우린... 사람이야..? (이 대답이 아닌가.)
 
카네코 아카리:토끼와 앨리스 정도려나. (마치 혼잣말 하듯 대답한다)
 
:애벌레는 고개를 저으며 퉁명스럽게 재차 묻습니다.
 
쐐기벌레: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야. 넌 누구지?
 
:질문을 듣고 있으니 저 먼 정원 가장 안 쪽에서 째깍거리는 시계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둘이 말하고 있는 것이 애벌레가 아닌, 머리만이 일정한 간격으로 연결되어 기괴하게 일그러진 실종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머리에서 자라난 토끼 귀는 쐐기벌레의 팔처럼 움직이며 몸을 움직입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소리 없이 비명지르다 아카리의 눈을 가려요..)
 
카네코 아카리:...! (기괴한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지만 루리가 눈을 가리니 다시 차분해지고)
뭐라고 답해야 좋을까.
 
아이라가와 루리:그러게... 무슨 답을 원하는 걸까. (시선을 슬그머니 돌리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그러면 넌 누구지?
 
:쐐기벌레는 루리의 질문에는 뻔뻔하게도 대답하지 않으며 제 질문에 대답하라는 듯 몸을 움직입니다.
 
카네코 아카리:나는 카네코 아카리. 어쩌다가 여기 떨어졌지만 곧 탈출할 사람이야. 루리씨랑.
 
아이라가와 루리:저 벌레.. 아니 벌레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아카리에게 속닥거리다 슬그머니 벌레를 본다.) 나는 아이라가와 루리야. 앨리스처럼 곧 집으로 돌아갈거야, 여기 있는 아카리랑 함께!
 
:둘의 대답을 쐐기벌레는 어떻게 들었을까?
판정으로 들어갑니다.
둘 다 판정해봅시다!
 
:루리 성공, 아카리 실패
쐐기벌레는 루리의 대답에 만족한 듯, 물담배를 뻐끔거립니다.
하지만 아카리는 왠지 언짢은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아이라가와 루리:(덩달아 심각한 얼굴로 벌레를 봐요..)_
 
:카네코 아카리는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자신이 무엇이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깨닫게 됩니다. 이 곳에서 보게 된, 변한 사람들….
어쩌면 나는, 더 이상 이 전의 나로 존재하게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프래그먼트 하나를 망각합니다.
 
카네코 아카리:('핏빛의 붉은 눈'을 망각합니다)
카네코 아카리의 머리 위에 토끼귀가 생겨납니다.
 
카네코 아카리:...? (뭔가 이상한 느낌에 머리 위 만져봄)
이게 뭐지?
 
아이라가와 루리:(귀여운데 지금껏 봐온 것들을 떠올리자니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카네코 아카리:(귀 쫑긋댐)
 
아이라가와 루리:귀엽... 아니, 왜 이런.. 그치만.. (내적 혼란)
 
카네코 아카리:나 지금 머리 위에 귀가 생긴 거 맞죠?
이런 곤란한데. (귀는 꼿꼿이 세워둠)
 
아이라가와 루리:되게 귀여운.... 귀여운 토끼귀가 생겼어... 근데 귀여워하면 안 될 거 같은데.. 귀여워....(울상을 지으면서도 손을 뻗으려다 주먹 쥐고 슬그머니 내려요..)
 
:귀가 생기면서 아카리의 눈 색도 달라집니다. 붉은 색에서 색소가 없는 옅은 분홍색으로 변했어요.
눈 색에 대해 본인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카네코 아카리:(루리의 반응을 가만 보다가) 만져보고 싶으면 만져요. 상관 없어.
 
아이라가와 루리:(눈 색이 변한 것에 이제는 복잡한 얼굴로 입술을 꾹 다문다. 여기서 더 변하면 아카리에게 안 좋을것 같은데. 왜 아카리만.. ) 정말 만져봐도 돼...?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토끼 귀를 쓰다듬어본다.) 그.. 느낌이 어때? 진짜 귀 같아?
 
카네코 아카리:(괜찮다는 듯 끄덕이고 가만 있었다. 루리가 쓰다듬으니 귀가 파들파들) 음... 사람 귀랑은 느낌이 다른데, 조금 더 예민한 것 같기도 하고. (별 감흥은 없어보이는 표정)
 
:아카리의 변화를 보고 있자면 쐐기벌레가 물담배를 물던 입을 엽니다.
 
쐐기벌레:사람들은 사건이나, 계기를 겪고 변해가고는 하지. 그건 일상적인 일이야.
하지만 어떤 끔찍한 일은, 육신과 영혼에 커다란 상처를 입혀서 결코 이 전으로 돌아올 수 없게 만들어.
자신이 이 전과 매우 달라졌다면, 그건 과연 이전처럼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카네코 아카리:이전과 달라졌다면... 지금 내 모습이네.
 
아이라가와 루리:그 사람이 어떤 일을 겪어 변하든 '나'라는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든 그건 '나' 인거야. (일부러 아카리를 보며 손을 꼭 붙잡은 채 조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카네코 아카리:후후. (루리의 말에 작게 웃으며) 나도 그런 생각이에요. 내 몸이 만약 다 토끼로 변해버리더라도 나는 나야. 그리고 물론 그 전에 여기서 나갈 거고.
 
아이라가와 루리:그럼그럼! 그전에 반드시 나갈거야!
 
:쐐기벌레는 두 사람의 대답에 끄덕이며 다시 말합니다.
 
쐐기벌레:그래, 그래야지.
너희가 빠진 이 곳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이 곳은 이상한 나라, 즉 이계야. 혹자는 토끼굴이라고들 하지.
이계가 원하는건 너희들이 가진 자아에 대한 특성들이야.
개개인이 가진 어떤 고유성… 소중한 기억이나 중요한 특징,
그건 이계의 입장에서는 에너지원이나 다름 없거든.
 
쐐기벌레:그래서 너희의 일부를 망각시키고,
대신 이계의 것으로 대체하고,
빼앗으며, 소화하는거야.
자기자신을 전부 잃고, 이계의 것이 되도록….
그래서 이 곳에 발들인 사람들은 결국 이 곳에서 좀 더 ‘향상’된 모습으로 변해 버려.
그러니까, ‘내가 누구’인지 아는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카네코 아카리:이계...? 그런 건 창작물 속에서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게 한숨쉬며)
...어쨌든 내가 가진 것들을 빼앗아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아이라가와 루리:뉴스 속의 이야기가 단순한 실종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구나.. (조금 불안해져 아카리를 잡지 않은 손을 꼭 쥐어본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으려면 망각하면 안 되는 거구나. 빼앗기면.. 내가 가진 특성을 잃어버리게 되니까. 그럼 여기서 나가는 방법도 알고 있어?
 
카네코 아카리:(루리의 말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떴다) 응, 뭐든 잊지 않도록 계속 떠올려야겠네요.
 
:여전히 쐐기벌레는 담배를 피우며 말합니다. 연기가 점점 짙어져,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쐐기벌레: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아아, 잊어버렸어.
이 곳에서 나처럼 자신을 잃고 소화되기 전에, 돌아가도록 해...
 
아이라가와 루리:..그래야지. 잊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지. 혹시 아카리가 계속 늦었다고 하는 것도, 어쩌면 그때문이 아닐까?
 
카네코 아카리:내 생각에도 그래요. 왜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어서 가야겠어.
 
:담배의 연기는 걷히지 않고 주변을 가득 메웁니다.
연기 속에서는 “난 늦었어. 이미 향상, 향상 되었어…. 우리는 혼자였기에 결국 삼켜지지만, 너희들은 서로가 있으니까, 둘이라면 혹시….”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두 사람이 서두르려고 하지만
 
아이라가와 루리:서로... (아카리의 손을 다시금 꼭 붙잡고 봐요.)
 
:애벌레가 완연한 나비로 변태한 채, 그 자리에서 날개를 활짝 폅니다.
두 사람은 그것이 날개가 달린 자리에 여러개의 사람의 팔이 달려있어 그 것들을 퍼덕이는 끔찍한 벌레로,
아까의 애벌레와는 아예 별개의 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네코 아카리:... (루리의 손을 잡고 그 모습을 보며 찌푸렸다)
 
:나비는 둘을 향해 날개를 펼치고 공격하려 합니다!
도망가야 해요!
 
카네코 아카리:...! 뛰어요!
 
아이라가와 루리:...아니 갑자기?! (아카리 손을 아예 깍지껴서 붙잡고 힘껏 달립니다!)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나비의 공격에 다급히 달립니다!
정신 없이 뛰다보면, 그 곳은 다과회장입니다.
제일 먼저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커다란 식탁입니다.
 
:빈 의자가 백개는 넘게 놓여있는 큰 테이블이지만 모든 자리에는 차가 놓여있고, 사용하다 만 것 같은 다구들이 가득합니다.
테이블의 끝에는 모자 장수와 삼월토끼가 차를 마시고 있고, 그들 뒤로 수십, 수백가지 갈래로 나뉜 길이 있습니다.
길은 제각기 어디로 향하는지 분명하지 않고,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사라져버릴것만 같은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 것도 있습니다.
모자장수와 삼월토끼가 두 사람을 봅니다.
모자 장수는 오후 6시에 멈춰있는 시계를 들면서 말합니다.
 
모자 장수: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는거야? 티타임 시간이야.
 
:모자장수의 옆에 있던 삼월 토끼가 참견을 합니다.
 
삼월 토끼:래빗과 앨리스를 재촉하지마. 어차피 둘은 어디든 가고 있는거야.
 
:모자장수가 대답합니다.
 
모자 장수:어디로 가는지는 그들 스스로도 모르지만 말이야.
 
:둘이 함께 말합니다.
 
“그러니 서두를 것 없어! 이대로라면 너희들은, 결국 우리처럼 끝나지 않는 티타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거야. ”
삼월 토끼는 아카리를 보고 말합니다.
 
삼월 토끼:너라면 보이고 있지? 래빗?
 
:그리고 모자장수는 루리를 보고서는 묻습니다.
 
모자 장수:너는 보았니? 앨리스.
 
아이라가와 루리: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 (아카리의 손만 붙잡은 채 흔들리는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카네코 아카리:맞아, 무슨 말이지? (모자장수와 삼월토끼를 째려본다)
 
:모자 장수가 둘을 보며 웃습니다.
 
모자 장수:이미 손을 잡고 있네. 그래, 가까운 사람의 시야는 공유하는 법이지.
 
:길 저 너머에서 째깍거리는 시계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본능적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과 긴박감이 느껴집니다.
또한, 삼월토끼가 신체 일부가 기괴하게 변이한 실종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자장수는 아직 온전해 보이지만, 그런 삼월토끼의 손을 붙잡고 있습니다.
 
카네코 아카리:또 그 시계 소리가...
 
아이라가와 루리:(혹시 저 두 사람도 혹시 우리처럼... )(바싹 마른 입술을 깨물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다.) 올바른 길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해?
 
모자 장수:올바른 길에 대해 우린 알고 있지.
 
삼월 토끼:하지만 들어 봐, 그 전에 더 중요한 게 있어.
 
모자 장수:우리와 티파티를 하자.
 
:그 순간 오후 6시에 멈춰있던 시계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합니다.
의자와 티세트, 냅킨, 나아가서는 이 공간 자체가 이리저리 돌아갑니다.
마치 차를 마시지 않는다면 버틸수 없게 만드려는 것 처럼 말입니다.
미친 사람들의 뒤에 있던 길도 아래로, 위로, 뫼비우스의 그것처럼 구부러집니다.
모자장수와 토끼는 익숙하다는 듯, 옆자리로 옮겨가 새로운 차를 따릅니다.
여기서 판정입니다!
두 사람 다 판정해주세요!
 
:루리, 아카리 실패
둘은 어지러운 시야에 그만 넘어지고 맙니다.
공간은 폭력적으로 둘을 의자에 구겨 넣습니다.
의자의 팔걸이와 다리가 각각 우악스러운 손처럼 둘의 손발목을 구속합니다.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카네코 아카리는...
이럴 때가 아닌데…. 여전지 째깍거리는 소리가 자신의 머리 속에서 들리는 것 같은 강박감에 시달립니다.
 
:귀를 막을 수록 초침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옵니다.
이걸 멎게 하려면 안으로, 안으로 향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 늦고 말아!
프래그 먼트를 하나 망각합니다.
 
카네코 아카리:('여유로운 태도'를 망각합니다)
 
:카네코 아카리는 늦고 말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평소의 그 여유로운 모습을 잃어버립니다.
초조함이 아카리를 지배합니다.
또한 아카리의 모습이 또다시 변합니다.
카네코 아카리의 머리카락과 눈썹이 하얗게 변해갑니다.
 
카네코 아카리:안 돼... 여기서 어서 벗어나야 해....! (이전과 다른 여유를 잃어버린 모습,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제 머리색이 변한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라가와 루리.
루리는 모든 것이 미쳐 돌아가는 모습에 환멸이 납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의지할 수 있는건 함께 들어온 아카리 말고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래그먼트 박스에서 프래그먼트를 하나 골라, 「망각」해주세요.
 
아이라가와 루리:('동백꽃 팔찌'를 망각합니다.)
 
:확인.
루리가 차고 있던 팔찌는 작은 동백꽃 조화가 달린 검은색 팔찌였습니다.
의자에 구속되어버리면서, 그 팔찌가 찢어지고 마는 것이 느껴집니다!
동백꽃의 예쁜 조화도, 산산조각이 나 버립니다.
그리고 팔찌가 찢어지면서 다시 떠올립니다.
 
:아카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버리고 맙니다.
 
아이라가와 루리:(불안함에 입술을 잘근거리며 깨물다가 초조함으로 일렁이는 눈으로 아카리만 맹목적으로 바라본다.)
 
카네코 아카리:루리, 여기에서 어서 나가야 해요. 어서 나가야...
 
:두 사람이 초조해짐에도 상관 없이,
모자장수는 태연히 자리에 앉은 채, 찻잔에 설탕을 집어넣습니다.
설탕이 차 안에서 서서히 용해됩니다.
모자장수가 말을 잇습니다.
 
모자 장수:꽤 놀란 것 같아 보이네? 이계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그저 가만히 있어주기를 바랄테니까. 여기서 차나 마시게 하고 싶어 하는게 당연하지.
이상한 나라의 입장에서 우리는 녹여먹어야 하는 설탕같은 존재야.
특히 래빗을 좋아하지.
이계에 삼켜질 가능성이 있는 존재를 노리는거야.
앨리스는 그저 래빗을 삼키다 휘말렸을 뿐이지만 뭐, 디저트는 여러개인게 좋지 않겠어?
하지만 이계의 위장에는 [틈]이라는게 있어서, 음식물은 자칫하면 그 사이로 빠져나가버려.
 
모자 장수:그러니까 소화될 때까지 얌전히 찻잔 안에서 멈춰있기를 바라고,
갖가지 방법으로 유혹 해오는거야.
위장 안에서 조용히 소화되도록..
틈새로 빠져나가는건 힘든 일이야.
틈이라는건 보통 이계의 깊은 심부에 있거든.
이야기가 결말이 나야 끝이 나는 것 처럼 말이야.
 
모자 장수:그러니까 래빗 혼자는 불가능해. 쉽게 소화되어버리거든.
그러니 소화되기 어려운 존재, 앨리스가 자아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 인간성으로 서로를 지탱해야 이계의 심부로 갈 수 있는거지.
 
아이라가와 루리:그래도.. 방법이 있어. 우리 함께 나갈 방법이 있는거야, 아카리. 그러니까 우리는 함께가 아니면 안 되는거야. (애써 웃으며 아카리를 바라본다.) 내 손 놓지마. 어떤 상황이 와도 붙잡고 있어야 해.
 
카네코 아카리:(침착함을 잃은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루리의 말에 급히 끄덕였다) 응, 나가야죠. 우리 같이 나가야 해... 알겠어요. 손 놓지 않을게요. 하아...
이계의 심부로...가야 하는 거지...? 어서 가는 길을 알려줘, 빨리...
 
아이라가와 루리:부탁이야. 더 늦기 전에 우린 길을 찾아 떠나야 해. 혹시라도 알고 있다면.... 길을 알려줘.
 
:모자장수는 다급해보이는 두 사람의 질문에 미소짓습니다.
다시금 공간이 어지럽게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6시를 알리는 멈춘 시계가 요란하게 울리고,
의자와 테이블이 다시금 움직이며 옆 자리에 앉기를 종용합니다.
이대로는 영원히 이 티파티에 붙잡혀 있을 것 같은 순간,
모자장수가 둘을 돕습니다.
 
:친절하고 정에 잘 휘둘리는 인간성이,
꺼지기 직전의 불꽃처럼 타오릅니다.
모자장수는 마지막 인간성을 둘을 향해 사용합니다.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모자장수는 루리에게 말합니다.
 
“나는 나의 래빗을 두고가지 않을거야. 하지만 앨리스,
 
너의 래빗은 아직 남아있어.
 
그러니 난 내 마지막을 너희들에게 걸어볼게.
 
잘 들어,
 
가장 깊고 어두운 길로 가야 해.
 
여왕은 그 곳에 있어….”
하지만 말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수 많은 의자들이, 둘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뛰어옵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아.. 나의 래빗. 그말은 두 사람도... )(생각을 채 잇기도 전에 아카리의 손을 꽉 붙잡은 채 힘껏 달립니다.)
 
카네코 아카리:헉, 허억... 가장 깊고 어두운 길... (루리가 손을 잡자 저도 꽉 잡고는 온 힘을 다해 달렸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달립니다.
쉬지 않고 달려
정신없이 어둡고 깊은 길을 따라 뛰다보면,
그 곳은 어떤 정원입니다.
 
:어둡고 깊은 풀숲을 뛰쳐 나오면 그 곳은 붉은 장미가 만발한 정원입니다.
아니, 장미가 붉은 것은 붉은 액체가 흰 장미 위에 흠뻑 흩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정원의 한 가운데에서는 거대하고 게걸스러운 하트 여왕이 타르트지 위에 올라간 토끼들을 하나씩 씹어먹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이 사이에서 붉게 떨어지는 액체가 장미를 붉게 물들입니다.
여왕의 주변에는 카드로 된 병정들이 창과 클럽을 든 채 무언가를 지키고 있습니다.
타르트에 올라가있는 토끼 중 하나가, 둘과 눈이 마주칩니다.
 
:토끼는 시간이 없다는 듯 다급하게 속삭입니다.
 
토끼:너희는 용케 여기까지 왔구나...!
여기서밖에 빠져나갈 수 없어, 여기가 이 곳의 심부거든...
운이 좋다면 쉽게 나갈수 있겠지만,
이계는 너희들을 순순히 놓아주려고 하지 않을거야...
앨리스. 네가 혹시 자아를 유지할 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 둘이서 빠져 나갈 수 없다면….
그때는, 이계에 맞서서 대항할 수 밖에 없어.
 
토끼:이계에게 맞설수 있는 것은 앨리스, 네가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지켜오던 자아 뿐이야.
자의식의 일부를 희생해서, 이 곳에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강하게 염원하는거야.
그러는 것으로 이계에 대항할, 새로운 이계가 생겨나.
 
카네코 아카리:일부를 희생한다고...? (꺼림칙한 눈빛으로 보며 자꾸만 시계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손은 놓지 않은 채)
 
아이라가와 루리:(손을 단단히 붙잡은 채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래도 괜찮아. 여기서 아카리와 함께 나갈 수만 있다면, 희생해도 괜찮아. 그래도 나는.. 나니까.
 
카네코 아카리:하아, 그래도 그건 위험한 것 같은데... (역시나 여유를 잃고 두리번거리지만 루리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하는 모양) 응... 그래도 너무 많은 희생은 안 될 것 같으니까요.
 
토끼:하지만 그러기엔 너도 이미 많이 변한 것처럼 보이는걸.
 
카네코 아카리:하, 그래. 이제 완전히 겁에 질린 토끼가 되어버렸지... (제 토끼귀가 달린 모습과 변해버린 머리칼을 보며 자조하듯 웃었다)
 
아이라가와 루리:(토끼에게서 아카리를 가리듯 손을 꼭 붙잡은 채 앞에 선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나와 함께 무사히 돌아갈 귀여운 토끼잖아? 희생은 내가 해. 그러니까 아카리는 돌아가서 나랑 음.. 슈야에게 장난칠 생각을 하는 건 어때? 응? 맛있는것도 먹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 아카리만 괜찮다면! (일부러 분위기를 환기시키듯 불안과 초조함은 숨기고 조잘거립니다.)
 
카네코 아카리:(시야에 루리만이 가득 차게 들어오니 조금씩 떨리던 토끼귀를 차분히 접게 되었다)
...응, 루리가 있죠. 희생은, 하아. 위험해 보이지만... (작게 한숨을 쉬면서도 안정감을 되찾으려는 듯 손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제 가슴팍을 쥐었다)
슈야랑, 루리랑 같이... 좋아. 그렇게 기억하면서 잊지 않도록 할게요. 당연히 같이 놀고, 그래야 하니까. (원래의 자신이라면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계가 자신을 빼앗아가니 이 감정이 무척이나 낯설고도 두려웠다. 하지만 루리의 말에 조금은 나아지는 기색)
 
:타르트 위의 토끼가 그런 루리를 보고 다시 말을 겁니다.
 
토끼:앨리스, 그거 기억해. 이계에 소화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래빗과 앨리스의 몸에 태어난 이계를 자신에게 옮길 수 있어.
네 자아를 먹이로 내주고, 상대방의 자아를 되찾아 주는거야.
물론 마찬가지로 네 일부가 사라지겠지.
이건 어떻게 보면 자해일지 모르지만,
이게 서로를 구하고 함께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힘이 될지도 몰라.
 
카네코 아카리:(토끼의 말을 듣고는) 난 아직 그렇게 심하지 않으니까 그 정도는 아니야. 그보다... 어떻게 나가야 하지...?
 
아이라가와 루리:으음.. 그러게. 일단 여왕님은 엄청 위험해 보이지..? 그런데 꼭 위험한 길이 나가는 방법이곤 하던데 설마 그런건 아니겠지..? 토끼야, 혹시 넌 알고 있어?
 
:토끼가 대답하기도 전에 뻐꾸기 알람의 소리가 귓가를 때립니다.
 
아이라가와 루리:(괜히 불길한 마음에 아카리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서로의 손을 잡고 있으이 깨닫게 됩니다.
눈 앞에 있는 식탐은,
흥미로, 재미로, 혹은 시간 때우기로 실종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말言 그 자체입니다.
이 이야기는 처음엔 그저 누군가 지어낸 도시괴담이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로어를 그저 재미삼아 유포하고, 거짓말처럼 꾸며내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그 행위들,
 
:재미를 향한 끝 없는 식탐이 이계를 실제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들은 무지하고 목적없이, 그저 입에 넣을 토끼를 찾아 헤메이고 있습니다.
여왕의 타르트지 위에는 그런 루머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그렇게 깨닫는 순간
돌연 여왕이, 타르트지에서 방금전 까지 이야기 하던 토끼를 집어올립니다.
토끼가 들어올려져 순식간에 여왕의 이 사이에서 씹힙니다.
 
:여왕은 토끼의 몸에 가려져 있던 둘을 목격합니다.
하트 퀸의 붉은 눈이 데구룩,
시프터를 한 번,
데구룩,
곁에 있는 루리에게 한번 고정됩니다.
붉은 눈을 한 식탐이 소리칩니다.
 
“누가 내 타르트를 훔쳐가는가?!”
카드의 병정들이 모조리 일어나, 둘에게 달려듭니다.
그러자 거기서 그들이 몸으로 가리고 있던,
우리가 있던 현실의 거리.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풍경이 보입니다.
세계의 틈은 여왕의 포크와 나이프 사이에 있습니다.
 
:끝없는 식욕이 아가리를 벌립니다.
 
“저들의 목을 쳐라!”
사방에서 창과 곤봉이 날아듭니다.
그 때마다 타인의 고통, 악의적인 루머,
혹은 거짓을 꾸며내 얻는 관심에 들뜬 사람들의 허기가 느껴집니다.
 
카네코 아카리:으윽...! 저기로 나가야 하는데...
 
아이라가와 루리:할 수 있어..! 우린, 꼭 저기로 가야만 해! (아카리의 손을 붙잡고 있는 힘껏 피해가며 달려가봅니다.)
 
카네코 아카리:으, 응... 가야 해, 가야 해... 어서...! (루리의 손을 다시금 잡으며 다리에 힘을 주어 달립니다)
 
:여기서 판정입니다!
두 사람 다 판정!
 
:루리, 아카리 실패
둘은 공포에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맙니다.
흥미 위주의 텍스트들, 가십들,
루머들과 소문이 둘을 잡아챕니다.
눈 멀고 굶주린 허기가 둘의 몸을 꿰뚫습니다.
두 사람 다 프래그먼트 하나를 망각합니다.
 
카네코 아카리:('밝은 살구색의 피부'를 망각합니다)
 
아이라가와 루리:(옅은 분홍색 머리칼'을 망각합니다.)
 
:확인.
두 사람 다 1d6을 굴려주세요.
 
카네코 아카리:5
 
아이라가와 루리:2
 
:카네코 아카리는 이계의 공격에 타격을 입어 피부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점점... 손과 팔 다리에 흰 털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자신이 먹혀야 하는 토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루리에게 베어 먹혀야 한다는 강박이 아카리를 지배합니다.
 
카네코 아카리:...나 정말 점점 토끼가 되어 가... 방금 그 토끼처럼, 먹혀야 한다면
차라리 루리에게 먹히는 게 좋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광기에 어린 눈으로 루리를 바라보았다)
 
아이라가와 루리:아카리.. 그런 말 하지 말아. 난 아카리를 먹고 싶지 않아. (울상을 지은 채 아카리를 향해 외치지만 그럼에도 손을 놓지는 않는다.)
 
카네코 아카리:그렇지만, 여왕에게 먹히기 싫어. 절대로 싫어, 내가 만약 계속 실패한다면 루리가 날 먹어줘야 해... (식은 땀을 계속 흘리는 탓에 루리의 손에도 땀이 흥건해졌을 것이다)
 
:또한 아이라가와 루리의 머리카락 색이 변해갑니다.
루리의 머리카락은 옅은 분홍색이었지만
점점 옅은 금발로 변해갑니다.
이거야 정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군요.
게다가,
 
:루리의 몸에 붉은 하트 모양 반점이 생깁니다.
마치 너 또한 잡아먹겠다는 듯한 표식입니다.
 
카네코 아카리:루리, 머리색이 변했어, 나처럼...
그리고 이 하트는... 안 돼, 더 변해버리면..!
 
아이라가와 루리: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만 해. 반드시..!
(창백하게 질린 낯으로 외칩니다.)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다시 이계의 틈으로 빠져나가려 해봅니다!

재 판정!

 
:루리 성공, 아카리 성공
두 사람은 이계의 공격의 빠르게 몸이 변해가고 생각이 변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둘은 그런 식욕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너희는 그저 카드 한 벌일 뿐이야!”
카드의 낱장들이 공중으로 솟구쳐 둘을 뒤덮습니다.
둘은 카드로 된 탑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이계의 틈으로 뛰어듭니다.
틈으로 뛰어들면, 그 곳은 까마득한 허공입니다.
토끼굴로 떨어지던 때 처럼, 돌아가는 길 역시 아득한 추락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뺨을 때립니다.
몸을 얼게 만드는 온도,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몸에 부딪히는 감각,
 
:그리고 넓게 펼쳐진 하늘이 현실에 가까워 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합니다.
우리가 있었던 그 장소가 가까워지는 순간.
둘은 끝을 예감합니다.
 
아이라가와 루리:결국 해냈어. 우리 둘 같이 돌아가는 거야, 아카리. (이제야 겨우 안도한듯 환하게 웃으며 바라본다. 그럼에도 여전히 단단히 손을 붙잡고 있는다.)
 
카네코 아카리:(루리의 환한 웃음을 바라보며 저도 그동안 그렇게 웃었을 리 없는 꾸며내지 않은 미소를 보였다. 손은 계속 놓지 않아.) 응.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고마워요.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네요.
 
아이라가와 루리:나야말로 아카리가 없었더라면 혼자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했을거야. 네가 함께 있어줘서 돌아갈 수 있게 된거야. 그러니까.. 나가서도 연락해도 돼? 아까 말했던거 지켜야지..! (장난기 가득한 눈을 빛내며 네게 기대듯 몸을 기울이며 팔꿈치로 네 팔을 가볍게 쳤다.)
 
카네코 아카리:(루리의 말을 듣다가 잠시 눈을 감았고) ...아니, 내가 아니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루리가 제 팔을 치자 다시금 웃었다) 맞아. 나가서 다시 만나고, 슈야랑 셋이서 이야기해요. 후후.
 
아이라가와 루리:응. 그러자. 다시 셋이서 만나서 어디 맛있는 카페에서 이야기 하자. 슈야도 엄청 놀라겠지? (키득거리다가도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말.. 다행이야. 응. 언젠가는 그 두사람도 무사히 빠져나왔으면 좋겠네..
 
:그렇게 두 사람은 이계를 빠져나갑니다.
여기서 주사위 굴림이 있습니다.
이계에 대한 저항!
1d6을 굴리거나 화면의 육면체 주사위 한 개를 굴려주세요!
 
아이라가와 루리:6
 
:이계에 대한 저항은 육면체 주사위 굴림만큼 망각한 것을 되돌아오게 합니다.
6이 나왔으므로 전부 회복.
...
눈을 떠 보면, 당신이 슈야를 기다리던 학교의 정문 앞입니다.
노을은 이제 완전히 붉은 빛을 드리우고 있고
정문에서 나오는 몇 수다스런 학생들의 모습이, 현실에 돌아왔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아카리는... 당신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처음 봤던 그대로의 그 모습.
토끼 귀도, 흰 머리도 없습니다.
아카리가 생긋 웃으며 말합니다.
 
카네코 아카리:슈야는 조금 더 기다리면 나올 것 같은데...
같이 기다릴까요?
 
아이라가와 루리:응. 같이 기다리자.
(여전히 손을 잡고 있습니다.)
 
:여전히 손을 놓지 않은 채로
평화로운 어느 저녁 노을 아래 생겨버린 둘만의 비밀.
오늘의 일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거에요.
그 모든 경험이 꿈이 아니라는 것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실종자가 있다는 뉴스로,
인터넷이나 사람들 사이에 만연한 소문과 루머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말이 끊이지 않는 한, 이계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고, 래빗은 계속 그 이계에 위협을 받겠지요.
 
:수 많은 이상한 이야기가 각자에게 오래 된 이상한 나라의 꿈으로 탄생할 겁니다.
확실한 것은, 자신이 겪은 이상한 일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카리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도 믿지 않을 환상.
이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 할, 우리만의 비밀이 되겠지요.
그럼 다음에 계속….
 
엔딩 2. 지금이 다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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